집 엘리베이터 안, 양떼목장 갔을 때, 스튜디오 촬영할 때....
주변에서 머리가 길어 머리띠를 하고 있는 내 사진을 보면 다들 놀란다.
사실 이 사진 찍기 며칠전 자르고 찍은 사진인데...
원래 어깨를 덮을 정도의 찰랑찰랑 엘라스틴한 머리를 고무줄로 묶고 다녔던 모습을 봤다면 까무러치겠지?

지금은 엄두도 못낸다.

20여년을 훌쩍 넘게 나와 함께했던 Hasselblad 503CW Millennium.
어렸을 적 이 카메라 갖는게 로망이던 시절부터 얼마전까지 함께해준 고마운 카메라.

장식장이 아닌 현역으로서 극한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답해준 녀석인데 막상 헤어지니 아쉬움이 뼈속까지 아렵다.

많은 카메라를 처분했지만 이 녀석과 903swc를 처분했을 때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단 한가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예전의 나처럼 이 녀석을 갖는게 로망인 후배가 인수했다는 점이다.
돈이 조금 부족한 후배였지만 믿고 건내줬을때 후배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예전의 나를 기억하게 해줬다.
잘 사용하고 좋은 작품 많이 남기길...

2024년 어느날.

대략 30여년동안 필름현상을 손으로 직접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Digital raw file processing을 직접하듯 필름도 찍고 직접 현상(Development)하기 위해서.
온도나 시간, 교반이 잘못되어도 다 내 탓이고, 정착액에서 꺼내서 처음으로 필름을 확인한 후 좌절 또는 안도하는 것은 오롯히 내 몫이니 이또한 기쁜일이었지만.
지금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젠 현상소에 맡기고 스캔만 직접한다.
현상장비는 과거의 유산처럼 집안 한쪽에 고이 모셔뒀다. 언젠가 다시 사용할 꿈을 꾸면서...

원래 여행가기전 찜꾸리기에서 부터 설렘이 있다고 한다.
현상 역시 암백에서 롤을 감을때 손맛과 설렘이 있다.
난 그 감을 기억하고 있다.
 
촬영때 항상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카메라라서 그런가?
내 사진이 많지 않다.
그래서 필름의 마지막 컷은 나를 담는 컷으로 남겨둔다.

이젠 핸드폰이라도 자주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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